크리스티네 뇌슬링어, 『뒤바뀐 교환학생』 (서연비람, 2017)

우리 가족은 할머니, 아빠, 엄마, 나 그리고 동생 두 명으로 이루어진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대가족이다. 친구들은 나에게 가족이 많아 외롭지 않겠다며 부럽다고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가족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누구나 끈끈하고 복작복작한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우리 가족의 모습과는 반대의 모습일 뿐이다. 사람이 많은 만큼 의견도 많은데, 이 의견이 바로 통일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종종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 갈등의 시작은 언제나 서로에 대한 편견이었다.

우리 가족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를 단정짓곤 했다. 말하자면 상대방이 예전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단정지어 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편견은 엄마든 동생이든 관계에 상관없이 우리 가족 모두가 가지게 되어 싸움의 불씨가 된다.

우리 가족과 마찬가지로 다른 가족들도 편견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서로의 모든 모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서로의 본모습은커녕 솔직한 마음조차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아니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본모습은 미처 보지 못한 채 오랜시간 같이 지내온 경험으로 인한 편견으로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만난지도 얼마 되지 않은 학교나 회사 같은 더 큰 사회집단에서는 더 많은 편견을 가지고 서로를 판단할 수 있다. 우리들은 이렇게 첫인상이나 겉모습으로 편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일은 나 자신은 물론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게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알고보면 이 <뒤바뀐 교환학생>이라는 책도 첫인상과 겉모습으로만 서로를 판단하였지만 갈등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편견을 갖지 말자는 참 뜻깊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재스퍼에게 매우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첫인상과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한 것이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것이 편견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마냥 악마같기만 하던 재스퍼는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가족 문제였는데, 사실 재스퍼의 동생인 톰은 배 다른 형제였고, 재스퍼의 아버지가 이혼한 뒤 다시 재혼을 하시며 어머니가 두 분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두 분이 모두 재스퍼를 키우겠다고 하시며 충돌이 생겨났는데 어른들은 이 문제를 대충 정리하고 싶어했다. 이 때문에 재스퍼가 기숙사나 교환학생 등을 거치게 되며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들은 아픈 기억이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의 본모습이나 사연을 모르기 때문에 편견이 생기는 것 같다. 마치 에발트의 가족이 재스퍼에게 편견을 가졌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에발트의 부모님은 재스퍼의 사연을 듣고 그를 가엾게 여겨 그에게 더욱 더 잘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이후로 에발트네 가족과 재스퍼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점점 마음의 문을 열어갈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편견을 깰 수 있었던 재스퍼와 에발트네 가족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괜히 마음이 따듯해지는 듯 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의 본모습을 알기 힘들 수 있다. 서로에게 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거나 이미 서로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편견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 밖에 없다. 상대방을 더 알아가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