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뇌슬링어, 『뒤바뀐 교환학생』 (서연비람, 2017)

도덕 시간에 우리는 항상 이해를 통해 존중과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정말 상대를 이해해야만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것들을 존중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또 내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도 없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온전히 이해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는지도 잘 모르겠다.

에발트와 빌레는 재스퍼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재스퍼 자체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재스퍼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행동을 고치려 하지 않았고, 재스퍼를 꺼려하지도 않았다. 두 남매는 재스퍼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도 그와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재스퍼와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상대를 이해해야 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받아들이면 이해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에발트와 빌레의 부모님은 그들의 자녀들과 달리 재스퍼의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고 나서야 재스퍼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마치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아들을 대하듯이 그에게 아주 친절해졌다. 남매의 부모님에게는 재스퍼를 받아들일 이유가 필요했던 것이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상대가 가진 사연 때문에 상대를 다르게 대하는 것이 진정으로 마음의 문을 연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만약 재스퍼가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남매의 부모님은 재스퍼가 다시 떠날 때까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박하거나 다시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을 지도 모른다. 꼭 상대를 이해해야만 그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내가 이해할 수 없으니 상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물론 재스퍼의 아픈 사연을 들은 후에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남매의 부모님도 훌륭하다. 동정심에서 시작된 마음일지라도 결과적으로 재스퍼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재스퍼의 진짜 모습도 이해하게 되었고 재스퍼와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납득할만 한 이유를 찾고서야 재스퍼를 받아들인 남매의 부모님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재스퍼를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한 빌레와 에발트가 더 훌륭해 보였다.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거나 그럴만 한 이유가 없으면 남매의 부모님은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식들의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고치려고 했었다. 하지만 ‘재스퍼 사건’을 겪고 난 후에는 자식들의 부족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더 쉽다. 친구와 다투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친구가 왜 화났는지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친구의 기분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빠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친구가 왜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친구가 왜 화났는지 이해하려고 시간을 끌다가는 오히려 관계를 망치게 될 수도 있다. 나도 옛날에는 친구가 화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아 그 친구와 등을 돌리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그 친구의 기분을 존중해줄 걸 후회가 된다.

사랑에 이유를 따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애쓰느라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을 미루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저 받아들이면 상대의 관점에서 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일지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유 없는 사랑처럼 수용에도 이유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